<소개>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좀비 그놈과 유일한 ‘나’의 존재 극복기.
이 소설은 꽃슈니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첫 번째 초단편 소설로 매주 한편씩 연재하고자 합니다.
1.
오늘도 어김없이 워워워 쉐쉐쉐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 소리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나는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몸을 숨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워워워 쉐쉐쉐 음성은 더욱 크게 들린다.
저놈은 좀비고 나는 인간이다.
저놈과 나는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다. 왜 저놈과 나만이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는 알까? 아마도 그도 모를 것이다.
나의 목적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놈을 이기는 것. 그놈을 이기기에 나는 너무 허약하다.
어디 육체뿐인가 정신적으로도 나는 그놈한테 밀린다.
나는 낮이 되면 먹을 것을 찾아다니기보다 놈을 죽을 수 있는 도구나 방법을 찾기가 바쁘다.
그놈은 다르다.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한다.
오로지 나.
밤을 지배하는 자는 낮을 지배하는 자보다 강하다.
역시 세상은 망했어도 진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승리자는 나다. 나여야만 한다. 왜냐. 나는 인간이니까.
모든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언제나 끝은 인간이 승리했다.
세상은 망했어도 진리는 여전해야만 마땅하다. 우주의 법칙이 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반칙이다. 반칙은 나쁜 것이다.
나는 존재하여야만 한다. 지구가 멸망했는데도 오로지 나만 살아남은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2.
며칠째 그가 오지 않고 있다. 궁금증을 유발해 밖으로 나를 유인할 생각일까.
아니겠지. 좀비 주제에 그런 머리가 돌아가려고. 혹시 모르지.
밤이 궁금하다. 밤을 볼 수가 없으니 낮 또한 의미가 없다. 나가볼까? 안된다. 그러다 목이라도 물리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떡하지? 죽었을까? 좀비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나가볼까...?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존재인데 조심해야지. 참자. 그런데 왜 그가 오지 않는 이 밤이 더 두려운 것이지?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했는데, 혹시 나 그놈을 사랑했던 것인가?
설마.
3.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워워워 쉐쉐쉐 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 소리에 너무 반가워 밖으로 뛰어나갈 뻔했다.
그래.. 살아남기에는 외로움보다 두려움이 낫다. 역시 세상은 망해도 진리는 여전하다.
다행일까? .. 그런 것으로 하자. 나는 승리자여만 되니까.
그의 물음 : 워워워 쉐쉐쉐
나의 답 ; 워워워 쉐쉐쉐
<결론>
이 소설은 지구 멸망 후 세상을 다룬 sf 하위 장르 중 하나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입니다.
세상이 멸망한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가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하필 살아남은 유일한 또 다른 존재는 좀비.